갈증을 부르는 소금물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조난자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굶주림이 아니라 타는 듯한 갈증이라고 한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체내의 수분을 빼앗아 가 결국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금물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 조난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방에 돈과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고, 텔레비전과 SNS에서는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화려한 이미지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는 조금 더 가지면, 조금 더 부유해지면 갈증이 해소될 것이라 믿으며 앞다투어 그 짠물을 들이켠다.

처음에는 그저 목을 축일 정도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내 집 마련의 꿈만 이루면", "빚만 다 갚고 나면", "통장 잔고에 딱 5천만 원만 있으면" 우리는 저마다의 소박한 오아시스를 꿈꾸며 달린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치에 도달하고 나면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입안은 더욱 바싹 마르고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24평 아파트를 가지면 30평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고, 국산 차를 타면 외제 차가 아른거린다. SNS 속 타인들의 완벽하게 포장된 삶과 나의 현실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내가 가진 것은 한없이 초라하게 느끼는 비교의 늪에 빠진다. 돈에 대한 집착은 이처럼 끝을 모르는 갈증을 유발한다.

이 타는 듯한 갈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소금물 마시기를 멈추는 것뿐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쳇바퀴에서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우리는 흔히 '결핍'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강박적인 집착이다. 진정한 만족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스스로 찾아내는 맑은 샘물과도 같다. 오늘 하루 무사히 일과를 마치고 가족과 나누는 따뜻한 저녁 식사, 주말 아침 이불속에서 누리는 달콤한 늦잠, 좋아하는 책의 책장을 넘길 때의 평온함. 이미 내 삶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이 작고 소중한 담수(淡水)들을 발견할 때, 비로소 소금물이 만든 지독한 갈증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욕망, 갈증, 소금물, 비교, 만족, 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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